오라클은 BEA 먹고, 썬은 MySQL 품에 안다
오늘의 뉴스 2008. 1. 18. 18:17 |IT업계에 주목할 만한 인수 합병이 동시에 진행됐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3위 기업인 오라클이 드디어 BEA까지 집어 삼켰다. 이와 동시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MySQL을 품에 안았다.
오라클은 BEA를 85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 분야와 오라클의 파트너와 고객사에게 서비스 딜리버리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2005년부터 2007까지 무려 35개 정도의 업체를 인수한 바 있는데 2008년 시작과 함께 대형 인수합병 소식을 알려 그 식욕이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BEA는 미들웨어 전문 기업으로 수많은 기업 내 산재된 이기종 애플리케이션들을 연동하는 분야에서 IBM과 경쟁을 해 오고 있었다. IDC가 지난해 밝힌 BEA의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매출은 12억 달러 정도로 전세계 소프트웨어 기업 순위 22위에 올랐다. 이로써 137억 8100달러를 기록한 오라클의 유지보수와 라이선스 매출을 합하면 약 150억 달러에 육박하게 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다음인 3위의 위치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분야 1위 업체였지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물론 유통과 통신 시장과 같은 버티컬 시장 전문 업체도 대거 인수하면서 왕성한 식욕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피플소프트와 J.D. 에드워드 같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를 인수하면서 SAP 다음가는 업체로 급부상했고, 고객관계관리(CRM) 분야 1위 업체인 시벨시스템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토털 솔루션 업체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자사 제품간 연동을 위해 퓨전 미들웨어를 출시하기는 했지만 이미 선두권인 IBM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미들웨어 전문 업체로 입지를 다진 BEA를 인수하면서 IBM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IBM 입장에서는 미들웨어 분야에서의 급성장을 통해 소프트웨어 강자로 부활하고 있는데 오라클과 SAP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다양한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동시에 자체 통합을 강화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위치를 점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국내 시장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의 미들웨어 취약점을 BEA가 거뜬히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는 티맥스와 BEA가 각축을 벌이고 있었지만 오라클의 영향력은 상당히 미비했다. BEA는 티맥스에 뒤지긴 했지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분야에서는 티맥스를 물리치고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2006년 12월 국내 연구개발센터(R&D) 센터를 개소하면서 국내 유무선통신사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시장을 주도해 왔었다. 한국오라클 입장에서는 이미 고객사를 광범위하게 확보한 BEA를 품에 안으면서 자연스럽게 미들웨어 시장에 대한 주도권도 확보하게 됐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한국오라클도 2006년 국내에 연구개발센터를 개소했다는 것. BEA가 SOA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 오라클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무선인식(RFID), u-시티 관련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두 회사가 통합되는 만큼 본사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 연구개발센터의 통합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회사 개별적으로 투자했던 분야보다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10억달러를 들여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MySQL을 인수했다. 오픈 소스 분야이기는 하지만 썬은 이번 인수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등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물론 MySQL은 기업의 업무용 시스템보다는 웹 시스템 위주로 확산돼 왔다.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국내 업체를 비롯해 페이스북(Facebook), 구글, 노키아와 중국의 바이두 같은 대형 고객사도 확보하고 있다.
국내 MySQL 지사가 없기 때문에 향후 관련 조직을 어떻게 꾸릴지 주목된다. 한국썬은 닷컴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국내 포털 업체들에 대규모 유닉스 서버를 판매했었지만 닷컴 붐이 붕괴되면서 기존 고객들이 자사의 서버를 리눅스 운영체제와 인텔칩 기반의 x86 서버로 교체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전열을 정비한 후 닷컴 서버 시장에 재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MySQL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장비와 솔루션을 최적화 시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웹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재부상을 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데이터베이스 분야에 뛰어들면서 전통적인 우방인 오라클과의 관계나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업체들과의 경쟁 관계를 얼마나 실용적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일례로 한국IBM 서버 사업부는 자사의 DB2 제품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오라클 제품과 연동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한국썬 서버 사업부가 과연 MySQL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갈지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썬은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한 전 영역의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게 됐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확실한 기반과 실탄을 바탕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미들웨어 분야, 통신과 금융 등 각 산업별 솔루션까지 거침없이 인수합병하면서 기업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무지막지한 식욕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반면 닷컴 붐의 영광과 몰락을 경험한 썬은 하드웨어 중심 회사에서 점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외형상 운영체제는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리눅스 기술지원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운영체제 사
업도 병행하면서 모든 제품군을 확보한 오라클과 새로운 부활과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썬.
거침없는 행보를 내딛고 있는 이 업체들의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까?